덴마크의 머스크그룹이 발주한 최대 컨테이너선을 트리플 E라고 칭한다. E가 셋이라는 뜻인데 Economy for scale(규모의 경제), Energy efficiency(에너지효율), Environmentally improved(친환경)에서 따온 것이다.
1,800TEU, 규모가 어림이 가지 않는다. 축구장 4개 크기, 미국 엠파이어 빌딩만하다고 비교한다. 엄청나게 큰 배다. 규모의 경제실현이 가능하다. 첨단 친환경기술을 장착해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다. 그러니 이산화탄소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머스크는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이다. 해운경기 불황에서도 이날 발표된 2012 실적 보고서를 보면 컨테이너 부문에서 흑자를 냈다. 1위 컨테이너 선사가 골리앗 컨테이너 선박을 만든 것 자체가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고유가, 경기침체 속에 많이 싣고 가는 전략으로 기름값을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 유효한데 그 점에서 머스크는 갑이다. 장거리 선에서 경쟁력이 더욱 크다. 대형화와 친환경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시장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은 올해 머스크 트리플 E가 등장하게 되면 왕자가 되는데, 현재는 작년에 취항한 CMACGM의 마르크 폴로 호가 16,020TEU로 최대규모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했고 작년부터 올 초까지 중국 닝보와 유럽 간 처녀항해를 무사히 마쳤다. 컨테이너 선박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로, 당시만 해도 500-800 TEU정도 규모였던 컨테이너 선박이 70년대 파나막스(Panamax)라고해서 3,500-4,500TEU급으로, 1988년부터는 포스트 파나막스라해서 4,000-6,000TEU, 2000년부터 포스트 파나막스 플러스로 6,000-8,000TEU로 커졌다. 이어 1만 TEU이상 초대형 컨테이너가 등장하고 있는데, 마르코 폴로에 이어 트리플 E가 최대형 규모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뉴파나막스라 칭한다.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는 불가피한 추세다. 현재 1만 TEU 이상 선적이 가능한 초대형 선박은 163척이고, 120척이 주문상태다. 앞으로 초대형 선박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시장에서 선수가 교체되는 것이다. 게임 방식의 전환이 예고되는 것이다. 따라서 항만의 입장에서는 이들 대형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대비가 필요하다. 대형선박을 위해 수심도 깊어야 하고, 많이 싣고 온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하역하는 인력이나 시설 및 교통 연계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비 역시 부산항 등 우리 항만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부산항에 머스크의 트리플 E의 접안이 가능한가? 친환경의 고효율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걸맞는 항만의 준비가 절실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게 한국 해운 항만의 현실이다. 길고 넓은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