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운 노선의 운임이 급락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중 관세 유예 조치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공급 확대에 나섰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최근 수요 둔화로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짐의 총량) 조정에 나서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해운사인 HMM과 SM상선 등 미주 노선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 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7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주요 노선에 배치될 선복량이 3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13일
발표된 38만TEU 대비 약 5% 감소한 수치다. 6월 선복량 역시 한 달 전보다 8% 줄어든 37만TEU로
조정됐다.
씨인텔리전스는
해운사들이 지난 5월 미국과 중국 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관세가 유예되면서 운송 수요 확대를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되자 공급을 다시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공급 초과로 인한 운임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내 컨테이너 수입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무역정보 분석업체 데카르트(Descartes)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221만7675TEU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이는 4월
수입량(241만371TEU, 전년 대비 9.1% 증가) 대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물동량이 본격적인 둔화 흐름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낸다.
운임 하락도
뚜렷하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서안으로 향하는 노선 운임은 지난 6월 25일 기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067달러로, 전주 대비 3.5% 하락했다. 이는 6월 초 운임 5606달러와 비교하면 63% 급락한 수준이다. 단기간 내 급격한 하락은 해운사 수익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행 화물 수요가 위축됐다”며 “하반기에도 고율 관세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인해 미국발 수출입 물동량이 전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국내 해운사들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미주 노선 비중이 높은 HMM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HMM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40%를 미주 노선에서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HMM의 매출은 10조4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50.2% 감소한 1조7490억원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SM상선 역시 주요 노선이 미주 서안에 집중돼 있어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 특히
중소형 선사의 경우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장기적인 수익성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미주 노선 운임 하락세가 단기적 조정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수요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며 “운임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해운사들은 유연한 노선 운영 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물동량 회복에 대한 뚜렷한 조짐이 없어, 해운사들은 철저한 수요 예측과 탄력적 운항 계획
수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잉 공급으로 인한 운임 덤핑을 피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구조적인 노선
재편과 비용 절감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정치적 변수와 환율 변동성도 해운업계의 향후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공적 보험을 통한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