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I·ETS 규제 본격화…조선업, ‘그린십 전환’ 경쟁 가속

  • 등록 2025.10.11 13: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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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미포가 건조한 피더 컨테이너선. [사진=HD현대미포]


글로벌 해운 운임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조선 시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달아오르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장기적인친환경 선대 교체수요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가 안정적인 기술 경쟁력과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선두권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단기적인 운임 변동보다 환경 규제 대응과 선박 효율성 개선을 위한 교체 수요가 발주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114포인트(p)까지 하락했다. 이는 올해 6월 초 기록한 2,240p의 절반 수준으로, 단기적으로는 해상 운임이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CII) 규제,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 시행 등으로 인해 선사들이 노후 선박을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HD현대는 수주 실적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HD현대미포조선은 지난달 말 컨테이너선 추가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들어 HD현대 조선 부문 전체의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주요 조선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계는 이러한 실적의 배경으로 HD현대의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꼽는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는 LNG·메탄올 추진선뿐 아니라 암모니아, 수소 연료 추진선 등 차세대 연료 기술에서도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다양한 크기와 사양의 컨테이너선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독(dock) 인프라가 수주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와 내년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연 3% 내외의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 회복, 글로벌 교역량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선사들의 친환경 선대 확보 경쟁이 조선소 발주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사들은 내년부터 강화되는 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그린십(친환경 선박)’ 전환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머스크(Maersk)는 메탄올 추진선을 중심으로 한 신조 계획을 확대하고 있으며, 하팍로이드(Hapag-Lloyd) LNG 이중연료선을 중심으로 친환경 선대를 구축 중이다. 일본의 ONE(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 역시 암모니아 추진선 실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차세대 연료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HD현대는 다양한 친환경 연료 기반의 선박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글로벌 선주사와의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는 “HD현대의 선박 기술은 이미 국제 선급(Class)으로부터 다수의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수준이라며기술 신뢰도가 해외 수주 확대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불확실성 요인도 존재한다. 미국의 통상정책 강화, 홍해 해상 분쟁, 러시아 제재 장기화 등은 해운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이 추진 중인 고율 관세와 항만 수수료 인상 정책은 글로벌 물류비 부담을 높여 선사들의 신규 발주 결정을 일시적으로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에서는이번 컨테이너선 발주 회복세는 단기 경기 반등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연료 효율 기준 상향, 노후 선박 교체 압박이 겹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중장기적 선대 교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는과거에는 운임 상승기에 발주가 늘어나는 경기순응형 패턴이었지만, 지금은 규제 대응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발주가 이뤄지고 있다 “HD현대의 수주 확대는 한국 조선산업이 친환경 전환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결국 조선·해운업계의 경쟁력은 운임이 아닌그린십(친환경 선박)’ 전환 속도에 달려 있다. 운임은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탄소 규제는 되돌릴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의 수주 확대는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니라, 미래형 조선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승준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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