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 [사진=HMM]
글로벌
해상 운임이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주요 해운 3사의
2분기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컨테이너 운임 급락 여파로 HMM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지만, 현대글로비스는 고객사 다변화와
중국 완성차 수출 확대 효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팬오션은
LNG 운송 부문 강화에 힘입어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기준 1489.68을 기록하며 9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연초
2000선에 근접했던 지수가 15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컨테이너선 운임 약세는 글로벌 해운사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HMM은 2분기 매출 2조6227억 원, 영업이익 233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8% 줄었다. 컨테이너 부문에서 운임 하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회사는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운송계약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브라질 철광석 기업 발레(Vale)와 4억6200만 달러 규모의 10년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중장기적 물량을 확보했다. 현재 HMM의 벌크선 보유량은 46척으로,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5조6000억 원을 투자해 최대 110척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같은 기간 매출 7조5160억 원, 영업이익 5389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22.7% 늘었다. 1분기 최대 실적에 이어 다시 한 번 기록을 경신하며 불황 속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은 비계열 매출 확대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 중심의 기존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외부 고객사 물량을 적극적으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비계열 매출 비중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55%로 확대됐고, 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785억
원에서 2002억 원으로 급증했다.
중국 완성차
수출 증가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2020년 99만 대에서 지난해
641만 대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는 현대글로비스가
이에 대응해 선대를 83척에서 96척으로 확충하며 수요를
적시에 흡수한 것이 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보고 있다.
팬오션은 LNG 운송 부문 강화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거뒀다. 2분기
매출은 1조2936억 원,
영업이익은 1230억 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12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특히 LNG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63억 원에서 올해 372억 원으로 늘며 5배 이상 급증했다. 팬오션은 지난해 3척이던 LNG 전용선을 현재 11척으로
확대했다. 선대 다변화를 통해 특정 화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한 것이 효과를
본 셈이다.
같은 불황기
속에서도 HMM은 컨테이너 운임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부진했고, 현대글로비스는
고객사 다변화와 글로벌 수출 수요 확대를 기회로 삼아 호실적을 냈다. 팬오션은 LNG라는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 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단기 실적만으로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장기 운송계약,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투자, 신규 항로 개척 같은 전략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