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컨테이너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홍콩의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전쟁 여파로 글로벌 해운 물류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예약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미국 정부가 이달 초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예약이 약 3분의 1 줄었다고
밝혔다. 하팍로이드의 닐스 하우프트 대변인은 “중국발 화물이
대거 보류되는 반면, 태국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발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은 예측이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노선에 기존보다 작은 선박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물동량
감소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영국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는
글로벌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이 올해 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79년 통계 집계 이후 세 번째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4%)과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0.9%)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올해 감소폭은 팬데믹 당시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재 미국은
대부분의 교역국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물론 일부 국가들도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로 맞서고 있다.
드류리는 “현재 관세의 3분의 2가
유지된다면 미국의 중국산 수입이 최대 40% 감소할 수 있다”며 “다만 관세가 낮은 동남아 국가로 수입선을 전환할 경우, 컨테이너
수요 감소는 일부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외 국가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수입 물량은 최대 15%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관세전쟁은
미국 내 기업들의 공급망에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소유한 가구업체 RC윌리는 관세 인상 직후 중국산 가구 주문을 전면 중단했으며, 이후
베트남으로 대체 발주를 진행했지만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도 46%의 상호관세를 예고하자 주문을 재차 보류했다. 해당 관세는 90일간 유예된 후에야 주문이 재개됐다.
RC윌리의 제프 차일드 사장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불확실성”이라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미소매업연맹(NRF)은 중국산 제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주문을 중단하면서, 올해 하반기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 물동량이 전년 대비 최소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관세 정책이 해운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