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키루나 북극이사회에서 정식 옵저버 국가 지위 획득으로 북극항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조속한 대책수립이 요망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비록 자국선이 아니었지만 독일회사 벨루가쉬핑 9611톤급 프래터니티호와 포사이트호가 2009년 7월 건설구조물을 싣고 북극항로 첫 상업적 운항을 했을 때 아시아쪽 출발항이 울산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북극항로에서 지정학적으로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북극항로를 가장 자주 이용한 국가 역시 한국이다. 울산, 여수 등에서 유럽간 북극산 천연가스들이 40여 차례 오고 갔다. 북극항로를 통해 아시아-유럽간 수송된 물동량은 2012년 126만톤으로 전년대비 46.5%의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운항횟수 또한 총 46회로 2011년 34회보다 12회 증가했다. 실제 북극항로 운항 가능기간도 북동항로의 경우 북극해빙의 영향으로 종전 3~4개월에서 약 5개월(6.23~11.18)까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북극항로가 개발되면 한국의 부산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을 기준으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할 때보다 운항거리는 최대 40%, 운항일수는 10일 단축되며 컨테이너 화물운송비용이 25% 절감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거리단축만큼 연료비용이 절감되고 그만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경제적 성과가 가시적으로 계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이를 어떻게 현실화시켜 나갈 것인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번 정식 옵저버 지위 획득은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확보한 셈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외교적 목소리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정책수립을 해야 할 것이고 업계 역시 상업적 운항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적선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보고한바 있다. 이번 정식 옵저버 지위 획득을 계기로 바로 실천에 들어가는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의 이른바 해운 3사(한진, 현대, STX)는 2010년 12월 북극해 공동 시범운항 추진을 협의하고 현재 시범운항을 추진 중에 있는데 조속한 실행을 기대한다. 한발 늦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부산, 울산, 여수항만공사 등도 북극전략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너무 팔짱 끼고 관망하는 자세인 듯해 안타깝다. 부산항, 울산항은 북극항로 최대 수혜자가 된다는 장미빛 전망도 나온 상태다.
이번에 이웃 경쟁국가인 중국과 일본도 같은 지위를 부여 받았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북극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쳤고 올해도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슬란드를 북극진출의 전략거점으로 삼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북한 나진항을 향후 북극개발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보고서도 있다. 전세계가 중국의 북극행보를 주시하고 있고 이번 정식 옵저버 지위 문제를 놓고 러시아 등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도 중국의 북극헤게모니에 대한 우려에서다.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북극얼음이 녹아 내리는 속도에 과학자들도 놀라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10-20년내 얼음 없는 여름이 북극항로에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극항로는 지금 침체에 놓인 한국해운이 새롭게 대 항해시대를 여는 국운개척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철저한 준비로 최대수혜를 챙겨야 한다. 북극항로는 한국해운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위대한 한국해운시대를 북극항로를 통해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
북극이 현실로 문 앞에 다가왔다.
이미지: 구글, 독일 벨루가 쉬핑 화물선
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