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물류’라는 말이 있다. 영어표기로는 ‘3 Party Logistics’. 쉽게 말해서 제3자가 물건을 날라다 주는 것이다. 어느 기업의 수출품을 그 회사가 운영하는 자회사가 아니라 전혀 다른 3자의 회사가 운송하는 개념이다.
세계적인 물류회사인 페덱스나 DHL이 다 3자 물류회사이다. 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다. 이게 글로벌 물류회사의 메인 흐름이고, 이런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적인 물류회사로 성장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실정은 어떤가. 대기업이 그룹 내 물류회사를 갖고 있어, 물량을 외부의 다른 기업에 경쟁입찰로 주는 것이 아니라 몽땅 다 자회사에 넘겨준다. 그러니 자회사는 앉아서 돈 버는 구조다. 경쟁력이 생길 턱이 없다. 별도 영업활동도, 노력도 필요 없다. 일정 수준의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구조니 말이다.
현대 글로비스가 전형적인 그룹 내부 물류기업이다. 45퍼센트가 넘는 물량을 현대차에서 받는다. 이 덕택에 글로비스는 급성장했다. 주가가 10만원을 넘는다. 현대차 그룹이 내부자거래를 축소해서 연간 6천억을 줄이겠다는 발표에 글로비스에 가던 물량이 포함되어 있다. 물류 부문에서 4천 8억 정도라고 하니 일단 제3물류시장에 숨통이 트인다는 기대가 보인다.
글로비스는 2010년 해운물류에도 진입해 자동차와 벌크선을 운영 중에 있다. 30여 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 첫 해인 2010년에 운송물량이 1백만 TEU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현대자동차를 독점적으로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3자 물류가 아니라 자사물류이다. 한국에서 독일 브레멘항으로 가는 현대나 기아의 수출 자동차들이 글로비스 배로 간다.
이 같은 내부자 거리를 시정한다는 현대그룹의 발표에 따라 정부시책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일단 환영하면서 실제로 얼마나 이행될 지 향후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글 류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