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재계순위 11위이자 해운선사 빅3 가운데 하나인 STX조선해양이 휘청거리고 있다. 위기를 간신히 면한 형국이다. 연명 중에 해법이 없으면 무너진다. STX의 수직 추락은 5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해운 불황의 직격탄이다. 이는 한국 해운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2. 한국 해운의 침체 뒤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의 조선 실력이 한국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형세다. 얼마 전 중국의 조선소에서 전설의 타이타닉 크루즈선을 복원하는 '타이타닉2' 건조 소식이 있었다. 선박 기술의 최첨단이라는 크루즈 선박을 중국이 만든다는 게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중국 실력이 욱일승천하고 있고 이는 한국 조선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3. 독일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브레멘 하펜(Bremen Hafen)은 독일의 자동차 중심 항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수출 차량이 이곳 항만을 통과해서 유럽 각지로 배송된다. 브레멘 하펜은 작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축포를 쏘았다. 그런데 올 1/4분기를 보내면서 브레멘 하펜의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다. 2013년 1월 무려 15퍼센트 줄었다. 주된 이유는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수입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뒤집어 이야기하면 한국의 유럽 자동차 수출이 줄고 있다는 증거이다.
4. 한국의 대 유럽 자동차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배경에는 엔저가 있다는 평가다. 일본이 돈을 마구 찍어 화폐 가치를 낮춰 대외 경쟁력을 높이려는 이른바 아베 엔저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차가 가격 경쟁력이 회복되니 과거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 증시에서는 북핵 리스크와 엔저 때문에 증시가 하향 추세이다. 특히 엔저로 타격이 큰 자동차주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기아차의 주가는 이제 5만 원을 내줄 상황에 부닥쳐 있다. 엔저 효과가 더욱 현실에 반영되면 주가는 더욱 아래로 내려갈 것이다.
5. 브레멘 하펜에는 아시아에서 오는 물량이 줄어드는데 평택항을 통해 들어오는 독일 자동차의 물량은 늘고 있다. 한국 시장 내 수입차 점유율이 11퍼센트에 육박했다. 역시 올1/4분기 1위는 독일의 BMW. BMW 자동차는 독일 브레멘 하펜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브레멘 하펜과 평택항의 그림이 떠오르는 광경이다.
6. 지표 그래프로 봐도 해운의 봄은 멀다. 건화물(Bulk cargo)을 실어나르는 지수인 BDI 지수는 여전히 바닥이다. 1천 도달은 멀기만 하다. 차트는 바닥에서 기고 있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이 시장의 회복도 더디다. 한국 해운의 대장 주 한진해운 주가는 1만 1천 원대이다. 이 가격에서 좀체 기지개를 못 펴고 있다. 시장은 전망을 그리 좋게 안 보는 선행지표다. 게다가 배를 팔아 빚을 갚는다고 할 정도로 유동성이 안 좋은 게 해운선사들의 자금 사정이다. 회사채 만기 금액도 만만치 않다.
7.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했다. 이런 중첩된 위기의 파도는 효율적인 정책구사를 통해 헤쳐나가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참 안타깝다. 윤진숙 후보자 청문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감의 이미지를 완전히 실망하게 했다. 해운 바닥의 실력이 드러난 듯한 정황이어서 참 난감하다.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데 한국 해운은 아직 동면의 얼음장을 견디어야 한다. 정책과 의지 그리고 지혜와 통찰을 동반한 총체적인 위기돌파 노력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