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imsoll라인과 아이폰, 나다니엘 보디치(미국 천문학자)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난 3월 18일 코넥티컷 해운협회가 주최한 2013 해운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美최대 선박운영회사인 V. Ships의 게라르도 회장은 업계의 지도자들에게 선원들의 미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gCaptain 포럼의 2만여 회원을 대표해 참석한 존 콘라드(사진)는 “선원들이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복잡성”이라고 지적했다.

콘라드는 선박의 안전 운항에 획기적 발전을 불러왔던 간단한 해결책을 하나의 생생한 예로 들었다. 그는 “Plimsoll 표시는 단순하기 때문에 수많은 선박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오늘날 선박 안정도(stability) 계산은 엄청나게 많은 메뉴와 옵션으로 가득 찬 화물적재 컴퓨터 시스템으로 인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콘라드는 GMDSS(Global Maritime Distress and Safety System : 전세계 해상에 있어서의 조난, 안전 시스템) 계기판이 아이폰 만큼 사용하기 쉬워질 수 있겠는가의 질문을 컨퍼런스에 참석한 BIMCO, IACS, 인터탱코, 인터카고, 인터매니저 및 다른 해운 기관들의 대표와 패널들에게 던졌다.

콘라드는 또한 해운관련 국제규정들이 더 쉽게 표현될 수 없는가 하는 문제도 들고 나왔다. “천문 항법은 한 때 오늘날의 가장 복잡한 규정보다도 더 이해하기 힘들고 까다로운 주제였다. 그러다가 1802년 선장이었던 나다니엘 보디치가 요리사까지 포함해 선내의 선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천문 항법 지침서인 ‘미국의 실용적인 항해사’라는 책을 발간했다.”고 말했다.

과연 요즘 유조선에 승선한 요리사들은 ECDIS (Electronic Chart Display and Information System : 디지털 해양지도 시스템) 작동 매뉴얼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에 나온 MARPOL(해양오염방지협약) 규정을 읽고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선내 GMDSS에서 조난 신호를 보내거나 DP(Dynamic Positioning : 위치제어)선박을 똑바로 조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콘라드는 해운업계의 복잡성을 줄여야 되는 문제를 정교하면서도 단순한 아이폰과 비교했다. “디자인 시작 단계에서 스티브 잡스와 그의 엔지니어들은 아이폰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믿음과 높은 기술 수준이었다. 전 세계가 아이폰이라는 단어를 듣기도 훨씬 전에 잡스는 각각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자기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그리고 자기 아이들이 새로운 특징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디자이너에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명령했다.”고 콘라드는 말했다.

그는 또한 선급이 새로운 물건을 테스트할 때 선원들을 초청해 등급 승인 과정에 그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원들이 가장 중요한 특징들의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알아채기가 힘들다면 스티브 잡스의 경우처럼 선급이 그 제품에 대한 승인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요리사를 포함 모든 선원들이 새로운 장비를 작동할 수 없게끔 돼있다면 해당 규정이나 중요한 장비 시스템에 대한 승인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각 제품이 테스트되고 보통 선원들에 의해 단순하다고 결론이 날 때까지 선급이 승인을 보류하고 선사가 주문을 하지 않게 되면 새 제품의 전반적인 질과 유용성이 엄청나게 향상될 것이다. 승인이 이루어지기 전에 선원들과 상의한다면 교육의 부담도 덜고 전 세계적으로 사고의 수도 줄일 수 있으며 선원들을 더 자신 있고 능력 있는 항해사로 만들 수 있을 걸로 확신한다.”고 콘라드는 역설했다.

글 한영일

Plimsoll line

만재흘수선이라고도 하며 선박이 화물을 실었을 때 안전하게 물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최대 깊이를 선체에 표시해놓은 부호를 의미한다. 이 깊이는 선박의 크기나 화물 종류, 연중 시각, 항만 내 그리고 바다에서 맞닥뜨리는 물의 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한 뒤에 선장은 항해에 필요한 적정 Plimsoll line을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