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해운·조선 제재 1년 유예…국내 해운업 ‘숨통’ 트였다

  • 등록 2025.11.10 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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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PCTC선에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사진=현대글로비스]


미국이 중국 조선·해운 산업을 겨냥해 시행하려던 입항수수료와 항만 장비 제재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전략 물자의 대미 수출 통제를 같은 기간 유예하며 사실상 ‘1년 휴전에 돌입했다.

 

양국의 제재 유예로 인해 피해가 우려됐던 국내 해운업계는 당장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로 한국 조선사들이 기대했던 반사이익은 일부 조정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선박 및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 부과할 예정이던 입항수수료와 중국산 STS(Ship to Shore) 크레인 등에 대한 추가 관세를 이날부터 내년 11 9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발효된무역법 301조치가 시행 한 달 만에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중 정상회담 이후 완화된 긴장 국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선박 순톤수(t)당 최대 50달러, 자동차 운반선(PCTC)의 경우 46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40달러까지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 국적 또는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에 t 400위안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발맞춰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전략 자원의 대미 수출 통제 역시 내년 11월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를제재 철회가 아닌 일시 봉합으로 평가하며, 1년 후에도 완화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이번 유예 조치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된 기업은 현대글로비스다. 해당 제재가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PCTC(자동차운반선) 한 척당 입항 시 약 127000만 원의 수수료가 발생해 연간 부담액이 최대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유예로 내년 부담액은 약 12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9일까지 납부한 수수료에 대해 화주와 분담 방식을 협의 중이며, 미국 정부의 환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양국의 제재 완화 조치는 해운운임 회복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말 1550.70까지 오르며 한 달 새 약 40% 상승했다가 이달 초 1495.1로 소폭 조정됐다. 국제해운회의소(ICS)입항 수수료 시행이 세계 무역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이번 유예 결정은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한편으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유지됐다면 중국 조선소를 기피하는 글로벌 선주들의 발주가 한국으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LNG 운반선·친환경 추진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 3사는 고부가가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국내 해운사 역시 대체로 자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 미국 제재로 인한 비용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경쟁사 대비 상대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제 물류분석업체 제네타(Xeneta)에 따르면 HMM의 중국산 선박 비율은 약 6%, MSC(24%), CMA CGM(41%), 머스크(20%), 하파그로이드(21%)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산 STS 크레인에 대한 관세 부과가 유예되면서, 한국 장비업체에 기대됐던 공급망 전환 기회 역시 약화됐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미·중 갈등의종결이 아닌임시 봉합으로 보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비용 부담을 덜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제재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미국과의 공급망 협력 채널을 유지하면서 특수선·해양·친환경 선박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유예는 미·중 간 기술·조선·해운 패권 경쟁의 일시적 숨 고르기에 불과하며, 2026년 이후 다시 제재가 재가동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승준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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