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이중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사진=HD현대중공업]
그동안
관망 국면에 머물렀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이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천연가스가 ‘가교 연료’로서 역할을 이어가는 가운데, LNG 물동량 증가 전망이 구체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 운반선에
대한 발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기술 난도가 높아 소수 조선사만 건조가 가능한 분야인 만큼, 이번 발주 회복은 국내 조선사의 중장기 실적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18일 유럽 지역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7척을 수주했다. 계약 규모는 2조5891억원이다. 이번에 수주한
LNG 운반선은 모두 동일한 사양으로 건조될 예정으로, 설계·구매·생산 전반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LNG 운반선은 척당 선가가 높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우수한 선종으로, 한화오션의
수익 구조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통해 LNG 운반선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특히 LNG 고압엔진을 기반으로 한 탄소 배출 저감 기술에 대해 유럽 선주와 용선주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이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친환경·고효율 기술이 수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계약을
포함해 한화오션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약 98억3000만달러(약 14조52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 실적인 89억8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연초 상선 발주 회복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됐으나,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대형 계약이 이어지며 연간 수주 목표 달성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의
또 다른 축인 HD현대도 LNG 운반선 대형 수주를 앞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일본 해운사 NYK와 LNG 운반선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LOI는 최종 계약에 앞서 계약 참여 의사를 공식화하는 단계로, 업계에서는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번 LOI는 확정
물량 4척에 추가 옵션 4척을 더한 총 8척 규모로, 척당 가격은 약 2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옵션이 모두 행사될 경우 총 계약
금액은 20억8000만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LNG 운반선은 2028~2029년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LNG 운반선 발주 증가세는 글로벌 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 전망치는 115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카타르의 대규모 LNG 프로젝트로 발주가 급증했던 2022년(181척)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93척, 재작년 68척과 비교하면 발주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변용진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가
잇따라 신규 승인을 받으면서, 관련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LNG 운반선
발주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며 “전 세계 LNG 수출 비중 1위인 미국의 수출 용량은 지난해 11.9bcm에서 2028년
24.4bcm까지 확대될 예정으로, 이는 중장기적인
LNG선 발주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NG 운반선 시장이 확대될 경우 수혜는 한국 조선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대형 LNG 운반선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정도로 제한돼 있다. 특히 향후 대량 발주가 예상되는 미국 시장에서는 기술 신뢰도와 운항 실적
측면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LNG 프로젝트 승인 재개로 향후 약 100척 규모의 신규 LNG선 발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LNG선을 중심으로 한 고수익 선종 위주의 사업 구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LNG 수요 증가는 미국을 넘어 유럽 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게오르기오스
플레브라키스 한화오션 유럽 법인장은 최근 튀르키예에서 열린 ‘월드
LNG 서밋 & 어워즈’에서 “최근 수개월간 유럽 지역에서 선대 확장과 노후 선박 교체를 위한 LNG 선박
신조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며 “2029년 인도 슬롯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 ‘빅3’는 현재 2028년까지의
잔여 슬롯 판매를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향후 발주 확대가 이어질 경우 4~5년치 수주 가시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
업계 역시 LNG 운반선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2029년까지 연간 1억660만t 규모의 LNG 액화 터미널을 확충할 계획으로, 이는 지난해 대비 약 117%의 수출 증가를 의미한다”며 “글로벌 LNG선 발주
확대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LNG선 시장 점유율 1위인
한국 조선사들이 구조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NG 운반선 발주 회복이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넘어, 국내 조선업의
수익 구조 안정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 규제 강화와 에너지 수급
다변화가 맞물리면서 LNG 운반선은 당분간 국내 조선업계의 핵심 수주 선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