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스웨덴의 소도시 키루나에서 북극 이사회가 열립니다. 북극 이사회는 북극과 인접한 국가들이 북극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결성한 정부 간 고위급 기구입니다. 8개 국가(캐나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미국)가 회원국이죠. 여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영국이 옵저버 국가들입니다.
이번 키루나 각료회의에서 17개 국가와 단체가 응모한 옵저버 지위 획득을 놓고 심사를 해서 결정할 예정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옵저버는 의결권이나 발언권에서 제한이 있지만, 북극개발이나 북극항로 운항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는 기회를 부여받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자격이죠. 위킹그룹 등에 참여도 할 수 있으니 정보교환도 유리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조선과 해운 선진국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황금 노선으로 부상할 북극항로 진출을 위해서는 놓칠 수 없는 모임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다각도로 여건조성이나 지위 획득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원의 보고이자 항로 단축으로 엄청난 기회창출이 가능한 북극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관심이 얼마나 따라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북극항로의 동쪽 노선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아래쪽인 부산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북극항로는 현재 빙하가 녹는 속도를 고려할 때 2050년에는 완전히 상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그 이전에 이미 활발해 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정확히 예견하기 어렵기에 빨라질 수도 있죠. 유럽과 아시아 간의 거리단축으로 연료절감, 물동량 증가의 예측도 어마어마합니다. 그 점에서 우리나라의 부산이나 울산, 광양항에 물동량 증가라는 기회의 창이 크게 열릴 수 있죠. 북극항로는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이미 북극항로를 통해 여수나 울산으로 상당한 연료가 들어오고 있죠.
중국은 올 여름부터 상업항해를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나진을 북극항로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정부 보고서도 나왔죠. 일본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극 대사를 임명했습니다. 5월 15일 키루나 각료회의를 염두에 둔 포석이고 적극적인 외교의 시동이죠. 북극의 중요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전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유는 명료합니다. 북극에 대한 미래적 가치를 선점하겠다는 것이죠.
5월 15일 열리는 키루나 북극 이사회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시험대가 될 공산입니다. 17개 국가와 단체가 신청했는데 몇 개국이 될지 모르고, 특히 우리와 이웃한 일본과 중국의 적극적인 공세를 고려할 때 한국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회의입니다. 만약 우리를 제치고 일본과 중국만 정식 옵저버 지위를 얻게 된다면 외교적 낭패를 넘어 한국의 북극 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자원 빈국으로서 북극을 통한 기회를 잡아 자원 부국으로 가는 발판을 확보하기 위해 좀 더 치밀하고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절실한 순간입니다. 북극이 먼 동토의 얼음 덮인 나라가 아닌 우리 미래생존과 연결된 장소임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극을 둘러싸고 치열해지는 총성 없는 전쟁은 다음 달 15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판가름 날 것입니다. 키루나를 대비해야 합니다.
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