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 도로를 따라 육로로 2시간 달리면 자유무역항 수빅에 이른다.
수빅만은 지난 1992년 초까지 미군기지로 이용됐던 곳으로 잠빌레스주(Zambales) 울롱가포(Olongapo)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47년부터 필리핀에 주둔해온 미국은 필리핀 정부의 13개 지방에 대해 무상으로 토지를 임대해(2046년까지)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를 세웠다. 이는 수빅만이 중국과 옛 소련에 대항하기 위한 미군의 전초기지로서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미군기지는 필리핀 사회에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미군의 핵무기 유입가능성 우려와 기지 주변의 매춘문제 등이 대표적인 논란 대상이 됐다. 뿐만 아니라 주둔 미군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협정에 의해 미군들의 범죄 보호도 필리핀 국민들의 반감을 사게 했다.
이에 따라 1990년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은 미국에게 1991년에 철수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이듬해 미군철수 후 수빅만은 정부의 기지 용도변경 개발법을 발표하고 수빅만을 특별경제자유항구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미군 떠나자 고용창출 및 부가가치 창출로 경제적 이익 듬뿍
미군이 떠난 수빅만은 기지 폐쇄 당시 전력, 통신, 항만 등 80억달러에 이르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3만5천여 명의 풍부한 기술인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필리핀 정부는 전자, 기계, 섬유, 금속, 가공, 자동차, 비행기 등 제조 분야와 호텔, 골프장, 휴양지 등 관광 분야, 공항, 철도, 교량, 주택건설 등 인프라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자본 유치에 나섰다.
필리핀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수입관세 면제, 수출입 통관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와 함께 물품을 가공하고 조립해 해외로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또 지방세를 비롯해 국세 등을 면제하는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었다.
이에 따라 수빅만에는 1999년 현재 서비스 분야 90개 업체 4억8천471만달러, 제조 분야 100개 업체 4억3천287만달러, 관광 분야 50개 업체 2억9천728만달러, 창고 분야 2개 업체 1억4천8만달러, 금융분야 11개 업체 798만달러 등 242개 외국인 업체가 진출해 모두 19억4천568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수빅만 개발을 통해 미군 철수 이후 일자리를 잃은 1만3천여 명의 실직자를 구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특별경제자유항구 추진을 통해 외국인 투자 확대로 1996년 5만여 명의 고용 창출과 국내 소비 및 유통 과정에 얻어지는 기술이전 효과로 막대한 전방연계효과가 나타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철민 기자/chmkim@kt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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