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는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보건당국은 국민들이 가질 충격과 피해를 고려한다며 발병 병원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10여 일이 지나고서야 마지못해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했다. 그것도 대통령이 공개를 당부해 이뤄졌다는 점을 유달리 강조하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모습에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매번 그렇듯 사태가 커지고 나서야 관련 대책본부가 줄줄이 등장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전형적인 ‘뒷북’ 행정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시민들이 외출마저 꺼리면서 소비활동이 급격히 줄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욱 얼어붙게 됐다.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내노라 하는 대형 병원들조차 안이하고 부실한 환자 관리로 2차, 3차 감염자 까지 발생하게 했다. 심지어는 고열과 기침을 한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환자가 여기저기 병원을 돌아다니는 ‘핑퐁 환자’까지 나왔다고 하니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진 이유를 짐작케 한다. 메르스가 전염성이 강한 질환임을 감안하면 누가 뭐라해도 선 조치부터 해야 하는 것이 병원의 일반적 상식이다. 최초 확진환자 발생 병원으로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모든 상황이 끝났어야 했는데도 확진 환자의 경유 병원이 무려 28곳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경유 확진 환자가 늘어날 뿐 현재로서는 사태의 최대 고비로 간주될 수 있는 3차 진원지 발생 가능성은 낮아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메르스 라는 질환 자체가 낙타를 매개로 해 주로 중동지역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낙타도 동물원 외에는 없는 우리나라가 확진 환자 보유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렸다니 어이가 없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불과 20일 만인 10일 현재까지 확진 환자 108명, 사망 9명, 격리대상 2천892명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만큼 우리 의료체계의 허술함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금까지 발병한 환자 모두가 병원내 감염이 원인이라니 의료 선진국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메르스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아 보인다.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의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로 사태를 키웠듯 가뜩이나 침체국면에 들어가 있는 우리 경제가 더 큰 충격으로 회복 불능 상태에 들어갈까 걱정이다. 경제 대책 만큼은 결코 때를 놓쳐선 안될 것이다.

▲ 중국과 태국등에서 단체 관광객의 방문 취소로 텅빈 영종도 국제공항입국장

▲ 메르스 여파로 발길이 뚝 끊긴 일산의 마트풍경
▲ 메르스 영향으로 텅빈 평택시내
정부는 작년 4월 세월호 참사로 경영난을 겪게 된 여행과 운송분야 소상공인을 위해 금융, 세제 등의 지원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 또한 세월호 때와 결코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것도 고강도의 처방이 필요하다. 의례 그렇듯 정치권이나 정부의 발표용이 돼서는 안되며 ‘총력 대응’이니 하는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실제 경제주체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그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선제적 조치를 지시했다고 한다. 국무총리 부재로 정부의 경제수장인 최경환 부총리가 총리대행을 하는 관계로 ‘메르스 쇼크’로 휘청거리는 경제를 자칫 간과할까 우려되는 시점인데 대통령이 나서줘 그나마 다행스럽다. 시기를 놓치면 수습해야 할 일이 몇 배 커지는 것을 우리는 이미 정부의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 부재’로 빚어진 결과를 보면서 배운 바 있다.
최태수(객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