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알리는 상징은 산에 들에 그리고 앞마당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이다.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비로소 봄을 느끼고 한 해를 시작하는 것 역시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늘 해마다 겪는 일이면서도 ‘어떤 꽃이 언제 피는가’는 여전히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다. 수 많은 꽃 중에서 봄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꽃은 아무래도 벚꽃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는 벚꽃의 개화시기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벚꽃 개화시기 서비스가 시작될 즈음 기상청은 포털 사이트 검색순위 상위에 오르기도 한다. 기상청이 발표한 벚꽃의 올해 개화시기는 서울 기준으로 볼 때 4월 9일이다. 벚꽃이 가장 빨리 피는 서귀포와 비교해 보면 무려 열흘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 개화시기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인 4월 6일 서울 북한산 앞자락 야산에도 이미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그렇다면 기상청 발표는 틀린 것 아닌가. 몇 년 전 잡지에 쓸 매화 사진이 필요해서 서울시 조경담당자에게 서울의 매화 개화시기를 물었더니 서울의 주요 매화 군락지인 용답역 하천변 매화나무들에서 매화가 세 송이 이상 피는 시점을 개화시기로 친다고 했다.

▲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그러니까 기상청 등에서 발표하는 개화시기란 것은 인간이 정한 일정한 지표에 따른 객관적 기준일 뿐 꽃의 입장에서 바라 본 정확한 개화시기라고 할 수 없다. 정확한 개화시기는 피는 꽃만이 알 뿐이고 인간이 느끼는 개화시기는 사람 각각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꽃만큼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진 윤중로에서 벚꽃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야산 나무를 뚫고 나온 간가지의 싹에서 벚꽃을 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떨어져 흩날리는 꽃잎에서 벚꽃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다른 어떤 이는 벚꽃이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는 채 아예 그 향취조차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이 봄이 느닷없이 지나가기 전에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내 마음 속에 벚꽃은 언제 어디에서 피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