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고 후보자라는 꼬리를 뗐다. 새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내각구성이 이렇게 해서 완료되었다. 해양수산부 역시 부처는 구성되었으나 장관 임명의 표류로 그 동안 업무상 차질을 빚어온 어정쩡한 상황을 털고 새 출발 선상에 섰다. 일단 축하를 전한다.
그러나 축하보다는 윤진숙 장관 앞에 놓은 도전과제가 만만치 않고 이를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해양수산부는 상당한 진통과 업무수행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위기의 한국 해양수산에 대한 도전과제이기도 하다.
식물장관 우려 씻어야
첫째. 윤진숙 장관은 이제 스스로 '식물장관' 우려와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민주당이나 사회 일각에서도 심지어 여당에서조차 반대의사를 제기했던 것은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능력과 자질이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대통령도 나서 "당시 당황해 머리가 하얗게 되어 답변을 못 했을 뿐"이라고 두둔했는데, 이게 사실임을 업무를 통해 실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 국회문제는 물론 목이 뻣뻣한 관료사회에서 제대로 된 정책 집행을 해나가는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윤진숙 장관은 식물장관이 아니라 도중하차해야 하는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점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비장한 각오의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조직을 바로 세우고 해양수산부의 좌표 설정에 앞서 자력으로 해야 할 대목이다.
둘째. 한국 해양수산의 현주소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다. 지금 위기라는데 위기의 심각성 진단부터 해법을 현장의 소통을 통해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항만들은 외형적인 성장에 취한 채 글로벌 대세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해왔다. 그저 컨테이너에 목을 맨 정책이 항만정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글로벌은 좀 더 다른 시안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클린포트이다. 그리고 항만기능의 재정의이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하는 항만의 역할에 대한 비전도 수립해 달라고 당부하는 바이다.
지속가능해법으로 접근해야
셋째. 해운 위기 돌파와 관련해 친환경 선박건조와 연료 효율성 등 다각적인 노력을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해양조선이 모체인 재계 11위 STX 위기는 한국 해운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장면이다. 이는 단순히 건조 물량확보와 수송 물량만으로 해법이 가능한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해운의 한계점을 시사하기도 하는 대목이다. 효율 제고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지 않는 한 해운의 장래는 암담하다. 지금 글로벌 선사들의 움직임은 친환경을 통한 비용절감과 경쟁력 극대화이다.
넷째. 수산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어촌 현장을 통해 확인하고 이 역시 지속가능한 어업차원에서 접근해 주길 바라는 바이다. 어업은 기후 변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와 대체산업의 한계로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다. 작은 포구에서 고기잡이하는 어민들의 생계는 공동체 유지에 매우 중요한 전제이다.
연안의 회복(Resilience)이다. 피폐화된 포구를 일으켜세우고 삶의 터전으로서 회복이다. 그건 단순히 자본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합의가 내포되어 있다. 면세유 문제, 고기잡이 선박의 선진화 그리고 어항의 관광 자원화 등 연안어업과 관련해 현재 현안으로 제시된 사안을 현장 접근을 통해 설득력 있는 정책으로 표출되길 바란다.
다섯째. 크루즈 등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삼면이 바다이기에 어디에도 배가 입항 할 수 있다. 중국 부상으로 크루즈에 대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를 위한 클린 항만의 설치 및 구성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가는 전략을 적극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인식에도 좀 더 에코적인 접근과 자세전환이 필요하다.
여섯째. 상업항로로 열리는 북극해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극 항로는 우리에게 새로운 위대한 항해 시대를 여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국, 일본은 이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비하고 있는데 우리 역시 선사들과 긴밀한 협력으로 항로의 최대수혜자가 되는 경제와 기술이 결합한 글로벌 정책을 구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조직일신.. 낡은 인물 하선시켜야
그 밖에도 미세한 부분으로 접근하면 그야말로 산더미 같은 도전이 책상에 놓여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가치에 새롭게 접근하는 정책의 기본패러다임을 전환해 저비용, 고효율 그리고 친환경을 통한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한국 해운 수산의 삼각파도를 넘어야 한다. 이 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해양수산 관련부서의 풍토개선 및 이에 따른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해양수산 분야는 바다 같은 진취적인 자세보다는 조직운영이나 마인드가 고루하고 폐쇄적이다. 이래서는 혁신이 안 된다. 글로벌 마인드나 시대조류에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사고의 인물들은 하선시켜야 한다. 해양수산행정이 관료행정의 굴레에 갇혀서는 글로벌차원에서 전개되는 현재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성장동력확보와 이를 통한 일자리창출 그리고 미래인재양성, 연안과 해양의 환경적, 지역적 회복 등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지금 글로벌 바다는 전쟁터이다. 바다관련 산업이 위기지만 바다의 중요성은 변할 리 없고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이 다시 위대한 항해시대를 여는 도전정신으로 혁신의 마도로스가 되어줄 것을, 그리고 윤진숙장관이 비주류에서 정상에 올랐듯이 해양수산부를 도전과 혁신의 부서로 쇄신, 미래경쟁력의 선봉에 서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지각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