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호르무즈 ‘부분 통과’ 재개에도…한국선 26척 대기 장기화
△호르무즈해협 근처의 선박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에서일부 외국계 선박의 제한적 통항이 재개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 관련 선박 26척은 여전히 페르시아만 내 대기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국제규범에 기반한 다자 공조 기조를 유지하며 개별 협상에는 선을 긋고 있으나, 장기 체선에 따른 운항차질과 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해운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정부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는 한국 관련 선박 26척이대기 중이며, 선원 약 170여 명이 선내에 머물고 있는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선박들은 유조선 및 가스선 등 에너지 운반선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일부는 화물을 적재한 상태이거나 적재를 앞두고 있어 장기 대기 시 후속 항차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에는일부 외국계 선박의 통과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 선사가 운용하는 컨테이너선이 이란 측이 설정한 ‘안전 통로’를 이용해 해협을 통과했고, 일본 관련 선박으로 분류되는 가스운반선 및 제3국 선적 선박들도잇따라 항행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선박은 선적국과 실질 운영 주체, 지분 구조 등이 각각 상이해 단순히 특정 국가의 외교적 교섭력에 따른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3국과 연계된 선적·운영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역시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개별 협상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당국은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은 국적, 소유주, 운영사, 화물 성격, 목적지, 선원 국적 등 조건이 모두 상이하다”며 “국제규범에 따라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 하에 관련국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의통항 여건은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는 ‘제한적 운항’ 단계로평가된다. 일부 선박에 한해 조건부 통과가 이뤄지고 있을 뿐, 평시와같은 자유로운 항행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출항 지연, 항로 재조정, 선원 안전 확보, 전쟁위험할증보험 상승 등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개별 협상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중장기적 리스크 관리가 자리한다. 특정 조건을 수용한 선례가 형성될경우 향후 해협 이용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해운국들은 ‘항행의 자유’ 원칙을 유지하며 다자 협의 틀 내에서 공동 대응을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의부담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인근에서 대기 중인 선박은 선종에 따라 하루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 원 이상 수준의 체선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형 유조선과 가스선은 용선료 규모가 큰 만큼, 지연 장기화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기에 항차 지연에 따른 선복 회전율 저하, 화주 계약 이행 차질, 대체선 확보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실질 손실 규모는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통항 차질은 중동발 항로의 운임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일부 에너지선 시장에서는단기적으로 운임 상승 압력이 나타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중소형선사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대형 선사는 장기 용선 계약이나 선대 운영 여력을 통해 일부 리스크를분산할 수 있지만, 선대 규모가 제한적인 중소 선사는 단일 항차 지연이 곧바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운항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제기된다. 공급망측면에서도 영향은 적지 않다. 한국은 원유와 LNG 등 주요에너지 자원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상 운송 차질은 수입 안정성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선 도착 지연은 정유·발전·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단순한 해운 이슈를 넘어산업 전반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시장의관건은 제한적 통항이 점진적으로 확대될지 여부다. 일부 선박을 중심으로 통과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를 전체 항로 정상화의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자공조 틀 내에서 해협 안전 확보가 진전될 경우 점진적 회복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단기간 내 정상화 여부는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한국 선박 26척의 즉각적인 집단 이탈보다는 개별 선박별 상황과 국제 공조 흐름을 병행한 신중한 대응이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운업계는 단기적인 통과 사례보다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예측 가능한 상업 항로로기능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글로벌 해상 물류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는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