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중동 리스크에 운임 변동성 확대…선사 수익성 ‘불확실’
△부산항에 선적된 컨테이너 중동 지역긴장이 고조되며 글로벌 해상운임이 단기간 급등한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해운업계에서는 운임상승이 곧바로 선사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신중한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운임 강세에도 불구하고물동량 둔화 가능성과 공급 과잉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700선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CFI는 전주 대비 3.4포인트(p) 하락한1706.95를 기록하며 단기 조정을 보였으나, 중동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구간에 위치해 있다. 전쟁 발발 직후 급등한 이후 일부 노선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항로별 차별화가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노선별로보면 미주 동안과 서안 운임은 각각 하락한 반면, 유럽 및 지중해 노선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중동 노선은 운임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1TEU당 330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중동 지역 리스크에 따른 항로차질과 운항 불확실성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이 같은 운임 상승이 선사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주요 화주들의 재고 운영이 보수적으로 전환될 경우, 전체물동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운임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나, 물동량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지정학적리스크 확대 국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당시 유럽 주요 항만의 처리량이 감소하고, 미국 물동량 역시 둔화된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지역별수요 위축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중국-미국, 중국-유럽 등 주요 간선 항로에서의 물동량 흐름 변화 여부가 시장의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 역시 해운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당 해역은 글로벌 에너지 물동량이집중되는 핵심 통로로, 통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및 에너지 운송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유조선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시황이 강세를 보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유조선선사들은 선박을 해상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해상 저장수요 증가와 함께 특정 선형을 중심으로 용선료가 상승하는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구조적인 수요 확대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에서, 중장기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에너지 물동량 흐름 변화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중동발 원유 운송 차질이 이어질 경우 일부 수입국들이대체 조달선을 확보하거나 운송 경로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유조선 시장의 수급 구조에도영향을 미칠 수 있다. 컨테이너선시장 역시 공급 측면 부담이 상존한다. 최근 수년간 발주 증가로 선복량이 확대된 가운데,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수급 불균형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업계 관계자는 “운임은 단기적으로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상승할 수 있지만, 물동량이 감소할 경우 시장은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는 운임과 수요 간 괴리를 함께 봐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중동사태는 해운·물류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전반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따르면 이달 초 접수된 기업 애로 상담 중 물류비 관련 비중이 3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운임뿐 아니라 창고료와 보험료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체감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 운송역시 대체 수단으로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화물기 공급 부족으로 운임이 상승하며 일부 기업들은 핵심부품 및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물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응에 나선 상태다.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하고 공급망안정화기금 등을 활용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와 수급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 지원을 넘어 중장기적인 공급망 재편 전략과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계는당분간 운임과 물동량 간 엇갈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운임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실제 수요 회복 여부가 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운임 지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물동량, 선복량, 지정학적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