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전경. [사진=부산항만공사]
아시아
주요 항만의 혼잡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정시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항만 대기로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면서 실질적인 선복 공급이 제약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로 국제유가까지 급등하면서 하반기 해운시장의 운임과 비용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와
덴마크 해운 분석기관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 7월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정시 도착률은 56.4%로 전월보다 6.1%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월간 하락 폭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극심했던 2021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예정된
시각보다 늦게 도착한 선박의 평균 지연 기간도 전월보다 0.59일 늘어난 6.06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긴 수준이자 2024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정시성
악화의 중심에는 아시아 주요 항만의 혼잡이 자리 잡고 있다. 씨인텔리전스가 분석한 아시아 주요 항만 14곳 모두 지난 7월 선박 정시 도착률이 전월보다 하락했다.
특히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중국 상하이항의 정시 도착률은 전월보다 19.2%포인트 떨어진 21.0%에 그쳤다. 코로나19 당시의
극단적인 공급망 혼란 시기를 제외하면 씨인텔리전스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닝보항도
전월보다 20.1%포인트 떨어진 34.6%를 기록했다. 옌톈항은 23.5%포인트 하락한
48.3%, 홍콩항은 20.4%포인트 내린 51.6%로
집계됐다. 싱가포르항 역시 43.2%, 말레이시아 클랑항은 33.3%에 머물렀다.
부산항도
같은 기간 정시 도착률이 전월 대비 7.1%포인트 하락한 40.9%로
집계됐다. 아시아 주요 허브항에서 선박 지연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네트워크
전반으로 운항 차질이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항만 혼잡은
단순한 입항 지연을 넘어 실질적인 선복 공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박이 항만 밖에서 접안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음 항차가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면서 동일한 선복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화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만에 묶이는 선박도 증가하고 있다. 해운 분석기관 라이너리티카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항만에서 접안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선의 선복량은 전체 컨테이너선 선복량의 10%를 웃도는 431만TEU에 달했다. 이
가운데 51.4%가 북아시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 적체에
따른 선복 공급 제약은 최근 컨테이너 운임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 말 상승세로 돌아선 뒤 지난 4일 3590.05를 기록하며 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이 해운시장의 추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4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96.2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은 91.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도 배럴당 101.91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중동지역 원유 공급과 해상 운송 차질에 대한 우려가 국제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곳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미국이 최근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한 데 이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새로운 항행 제한구역 설정을 예고하면서 해당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의 통항 불확실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원유·석유제품 운송 차질뿐 아니라 선박보험료와 용선료, 연료비 등 중동 항로의 전반적인 운항비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선박의
우회나 운항 지연이 발생하면 항해 거리가 늘어나면서 가용 선복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선사의 선박 연료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 등 운임 체계에
반영할 수 있지만,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하거나 항로별 수급 상황이 달라질 경우 비용 증가분을 즉각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중동지역의
통항 불안과 항만 혼잡이 동시에 장기화하면 선박 운항 일정이 늘어나고 가용 선복이 감소하면서 운임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연료비와 보험료 등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선복 공급 제약에 따른 운임 상승 효과가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해운업계에서는
당분간 아시아 주요 항만의 혼잡과 중동 정세가 하반기 운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주요 허브항의 적체가 장기화할 경우 선박 회전율 하락으로 실질적인 선복 공급이 제약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선사들의 운항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항만
혼잡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곧바로 운임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근 수년간
발주된 신조 컨테이너선의 인도가 이어지면서 명목 선복 공급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운임 흐름은 글로벌 물동량과 신조선 인도, 항만 혼잡 해소 속도, 선사들의 공급 조절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