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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VLCC 발주 사상 최대…2028년 이후 공급 과잉 우려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Very Large Crude Carrier). [사진=한화오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원유 수송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신조 발주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유조선 시장의 공급 과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VLCC 운임과 선박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선주들의 신조 발주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원유 수송 능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신조선 시장의 발주 열기가 한층 뜨거워진 모습이다.

 

28일 해운·조선업계와 영국 해운시장 분석기관 마리타임스트래티지스인터내셔널(MS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VLCC는 177척, 5450만DWT에 달했다. 이는 기존 연간 최대 발주 기록이었던 2006년의 3260만DWT를 상반기 만에 넘어선 규모다.

 

VLCC 발주잔량이 현존 선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MSI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VLCC 발주잔량은 현존 선대의 약 35% 수준으로, 2023년 약 2%와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VLCC뿐 아니라 전체 탱커 시장의 상반기 신조 계약량도 약 8000만DWT에 근접하면서 당초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VLCC 신조선 가격 역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신조 VLCC와 비교적 선령이 낮은 중고 VLCC 가격은 1억3000만달러를 넘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 지역의 원유 수송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즉시 투입 가능한 선박과 신조선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동 산유국들의 선박 확보 움직임도 VLCC 시장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원유 수출국들이 운송 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 선대 또는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송 능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원유 수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선박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VLCC는 통상 30만DWT 안팎 규모로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한 번에 운송할 수 있어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장거리 원유 수송의 핵심 선종으로 꼽힌다.

 

문제는 현재 대규모로 발주되고 있는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되는 2028~2029년이다.

 

MS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주된 VLCC 가운데 약 83%가 2028년과 2029년 인도될 예정이다. 글로벌 선박중개업체 BRS 집계에서도 VLCC 인도 예정 물량은 2027년 60척에서 2028년 127척으로 크게 증가하며, 2029년 이후에도 125척이 인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에서는 현재의 높은 발주량이 향후 선복 공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VLCC 신조선은 계약 이후 실제 시장에 투입되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운임 강세와 선박 부족을 배경으로 이뤄진 대규모 투자가 2~3년 뒤에는 선복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8년을 전후해 원유 해상 물동량 증가세가 신조선 공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VLCC 운임과 용선료가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선박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유 수송 수요까지 둔화될 경우 선사들의 선박 가동률과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상황을 2000년대 중반 VLCC 발주 호황기와 비교하는 시각도 나온다. 당시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의 원유 수입 확대와 세계 경기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VLCC 발주가 크게 늘었다. 2006년 VLCC 발주량은 3260만DWT로 당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유 수송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앞서 발주됐던 선박들이 잇따라 인도되면서 유조선 시장의 공급 부담이 확대됐다. 수요 증가를 전제로 이뤄진 신조 투자가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이후 탱커 시장의 시황 조정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다만 현재의 VLCC 발주 증가를 곧바로 과거와 같은 공급 과잉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글로벌 탱커 선대에는 선령이 높은 선박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향후 신조선 인도와 함께 노후선 폐선 및 교체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박중개업체 브레이머(Braemar) 역시 최근 자료에서 탱커를 포함한 글로벌 선대의 노후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공급 측면의 주요 변수로 제시하고 있다.

 

환경 규제 강화도 과거와 달라진 변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와 선박 에너지효율 기준이 강화되면서 노후선의 운항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조선 증가분 일부가 기존 선박의 대체 수요로 흡수될 수 있다.

 

결국 향후 VLCC 시장의 방향은 신조선 인도 규모만으로 결정되기보다는 노후선 퇴출 속도와 글로벌 원유 해상 물동량, OPEC+의 생산 정책,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발주된 선박이 집중적으로 인도되는 2028~2029년이 VLCC 시장의 중장기 수급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같은 원유 수송 수요가 유지되고 노후선 교체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신조선 공급 증가의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지만,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인도 물량이 집중될 경우 공급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VLCC 시장은 높은 운임과 선박 가치 상승이 신조 투자를 자극하는 국면"이라며 "향후에는 신조선 인도뿐 아니라 노후선 퇴출과 원유 물동량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실제 공급 과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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