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에 나서는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국적 컨테이너선의
첫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본격화됐다. 기존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보다 아시아와 유럽 간 운항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북동항로를 실제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으로 운항하면서 경제성과 안전성, 정시성
등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24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는 지난 22일 오후 9시25분께 부산신항을 출항해 유럽으로 향했다.
이번 항해는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의 일환이다. 한국 선사가 북동항로 운항에 나선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며, 국적
컨테이너선이 실제 화물을 싣고 북동항로 시범운항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항로는
크게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운항하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극해를 지나는 북서항로, 북극해 중앙을 통과하는
북극횡단항로로 구분된다. 이번 시범운항에 이용되는 북동항로는 러시아 연안 북극해를 거쳐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로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부산신항을 출발해 오는 30일께 북극해역에 진입한 뒤 9월7일께 북극해역을 통과할 예정이다. 이후 9일 영국 펠릭스토우항,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15일께 폴란드 그단스크항에 차례로 기항한다.
유럽 기항을
마친 뒤에는 다시 북동항로를 이용해 오는 10월5일께 부산신항으로
귀항할 예정이다. 전체 예상 운항기간은 약 45일이다. 다만 북극해역의 기상과 해빙 상황 등에 따라 실제 운항경로와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북동항로가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운항거리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부산~로테르담 편도 기준 북동항로를 이용할 경우 운항거리는 약
1만3000㎞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 약 2만㎞보다 약 7000㎞ 짧다. 거리로 환산하면 약 35% 단축되는 셈이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예상 운항기간도 약 20일로, 수에즈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약 10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운항거리와 기간
단축이 실제 연료소모량과 운항비용 절감으로 어느 정도 이어지는지가 이번 시범운항에서 확인할 주요 지표다.
아크로호에는
실제 수출화물이 실렸다. 출항 당시 화학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을 포함한 수출화물 737TEU와 공컨테이너 202TEU 등 총 939TEU가 적재됐다. 해수부가 출항 전 공개한 운항계획에서는 수출화물 737TEU와 공컨테이너 100개 등 총 837TEU를 선적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출항 시점에는 공컨테이너가
추가되면서 전체 적재량이 늘었다.
정부와
선사는 실제 화물을 운송하는 이번 항해를 통해 북동항로의 기술적·환경적·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실제 운항거리와 소요기간뿐
아니라 연료소모량과 운항비용 등 상업운항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실증자료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거리 단축 효과 못지않게 안전성과 정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극해는 일반
해역과 달리 해빙 분포와 기상 조건에 따라 운항 가능 구간과 선박 속도 등이 달라질 수 있어 계절별 운항 여건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극지해역 운항을 위한 내빙 성능을 갖췄으며, 승선하는 선장과 항해사도 극지해역 운항 전문교육을
이수했다. 특히 극지 운항 경험을 갖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현직 항해사가 1등항해사로 승선해 선장을 보좌한다.
해수부도
운항 기간 선박과 24시간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국제협약과 관련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의 특성상 이번 시범운항에서는 단순한 거리 단축 여부를 넘어 정시성과 안정적인 운항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선은 정해진 항만을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운항해야 하는 만큼 해빙이나 기상 상황에 따른 일정 변동이 커질
경우 항로의 상업적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성
역시 핵심 검증 대상이다.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항해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연료소모량 감소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극지 운항에 필요한 선박 사양과 선원 요건, 보험료 등 추가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실질적인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다.
또 북동항로가
러시아 연안을 따라 운항하는 항로라는 점도 향후 상업운항 확대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다. 북극해
운항 관련 제도와 러시아와의 협력 여건,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등 지정학적 환경이 향후 정기노선
구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극항로가 기존 수에즈항로를 곧바로 대체하기보다는 아시아~유럽 간 물류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대안 항로로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수부는
팬스타 아크로호가 오는 10월 부산으로 귀환하면 약 45일간
축적된 실제 운항 데이터를 토대로 북동항로의 경제성과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정기노선 구축에 적합한 화물 특성과 운항 조건, 필요한 정책지원 사항 등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북동항로와 함께 북서항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운항은
국적 컨테이너선이 실제 수출화물을 싣고 북극항로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직접 검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이번 항해에서 확보할 운항시간과 연료소모량, 비용, 정시성
등의 데이터는 향후 북극항로 정기 서비스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