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금상선 컨테이너 운반선 모습. [사진=장금상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면서 국내 해운기업 장금상선그룹의 유조선 사업이 글로벌 해운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장금상선그룹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이전부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선대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전략이 최근 유조선 시황 강세와 맞물려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의 유조선 재벌, 이란 전쟁으로 큰 이득을 보고 있다(Korea's Tanker Tycoon Is Cashing In on the Iran War)'는 제목의 기사에서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 장금마리타임 부회장을 조명하며 장금상선그룹의 유조선 사업 확대 과정을 집중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금마리타임은 최근 수년간 약 70억달러를 투입해 VLCC를
중심으로 선대를 대폭 확충했다. 현재 운용 중인 유조선은 160척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VLCC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장금상선그룹이 전 세계 VLCC 선복량의
약 10%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선단
규모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투자는
유조선 시황이 장기간 침체를 겪던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만큼 시장에서는 투자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물류 환경이
급변하면서 장금상선그룹의 선제적인 투자 전략이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자 글로벌 원유 물류는 빠르게 재편됐다.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되면서 원유 트레이더들은 미국과 서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섰고, 이에
따라 장거리 운송이 증가하며 톤마일(Ton-mile) 수요 역시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육상 저장시설 부족으로 원유를 선박에 일시 보관하는 부유식 저장(Floating Storage)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VLCC 시장은 단기간에 강세를 나타냈다.
해운 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s)에 따르면 전쟁 직후 VLCC의
일일 평균 수익은 약 38만5,000달러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조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제한적인
선복 공급이 운임 상승을 견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WSJ는 장금상선그룹이 전쟁 이전부터 일부 VLCC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배치해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고 전했다. 초기에는 저장선으로 활용됐으며 이후 통항이 재개된 뒤에는 페르시아만과
외곽 항만을 연결하는 원유 운송에 투입되면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장금마리타임 소속 VLCC 여러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중동산 원유를 아시아 지역으로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사례가 단순히 전쟁에 따른 일시적 운임 상승의 수혜라기보다, 시황 침체기에 선대를 선제적으로 확충한
투자 전략이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경쟁력으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 해운시장은
선박 확보 시점과 선복 운영 전략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산업 특성을 갖고 있어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뤄진 선대 투자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특히 VLCC 시장은 최근 수년간 구조적인 공급 제약이 지속되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조선소 건조 슬롯 부족으로 신규 선박 공급이 제한되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 제재 이후 상당수
노후 선박이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으로
이동하면서 정상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선복은 오히려 감소한 상황이다.
이 같은
수급 구조는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운임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단기간 내 이러한 구조가 크게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VLCC 신조선 건조에는 통상 2~3년 이상이 소요되고, 국내외 주요 조선소 역시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건조 일정이 상당 부분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장금상선그룹의 대규모 VLCC 선대는 글로벌 원유 물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대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선사일수록 화주의 다양한 운송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경쟁우위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장금마리타임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전략적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절차는 현재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며,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 확대와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됐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VLCC 시황이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유 조달 경로 다변화와 증가한 톤마일 수요, 제한적인 선복 공급이 지속되는 한 유조선 시장의 수급 여건은 우호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번 사례는
시황 침체기에 이뤄진 선제적인 선대 투자와 장기적인 시장 대응 전략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충분한 선복을 확보한 선사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금상선그룹의 향후 행보에도 업계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