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소하르 산업항(Sohar Industrial Port·소하르항)의 무역항 기능이 눈에 띄게 강화된다.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지금보다 크게 늘릴 수 있는 시설을 조만간 갖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북쪽으로 200km 남짓 떨어진 소하르는 페르시아 만에 접한 항구도시로, 한 때 아라비아반도에서 첫 손에 꼽히는 무역항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와 중국을 잇는 무역선들의 거점이었던 소하르는 특히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뱃사람’ 신드바드(신밧드)가 태어난 곳이자 인도양을 건너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항해 길에 나선 출발지로 전해진다.
오만 최대 무역항 성장 전망 18세기까지 오만의 수도였을 만큼 번성했던 소하르는 무스카트항과 살랄라항 등에 밀려 무역항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하르항은 다시 오만을 대표하는 무역항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만 정부가 소하르에 중화학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자유무역지역(Freezone)으로 지정한 덕분이다. 특히 최근 들어 소하르항의 화물 처리능력이 대폭 확충되면서 오만 최대 무역항 구실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6일 코트라(KOTRA) 무스카트무역관은 올해 소하르항의 무역항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었다.
소하르항에 대한 무스카트무역관 보고를 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새 터미널이 가동되면서 화물처리 능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하르항 회장과 최고기획위원회 사무총장을 겸하는 술탄 알 합시(Sultan al Habsi)는 지난 2월 2일 “소하르 항이 무역항으로서의 중심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다”고 밝혔다. 특히 무스카트무역관은 앞으로 소하르항이 “무스카트의 무역항인 PSQ(Port Sultan Qaboos)의 모든 업무를 인수받아 오만의 최대 무역항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하르항은 2013년에는 약 20만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지만, 2014년 2월 현재는 80만개 수준을 처리할 정도로 규모를 확장한 상태”라는 게 무스카트무역관 설명이다.
무스카트무역관은 게다가 “15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통합 컨테이너 터미널의 설립을 위해 1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한해 처리량보다 10배 이상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올해 상반기에 갖추는 것이다. 오만 정부가 이처럼 소하르항을 집중 육성하는 까닭은 그만큼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수요예측센터(PDAC)가 <항만과 산업> 2013년 9월호를 통해 소개한 소하르항 현황을 보면, 소하르항은 “총 140억 달러가 투자된 가장 큰 항만 개발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항만 중에 하나”여서 중동 지역 항만들 가운데 우수한 수심조건을 자랑한다.
PDAC는 소하르항에 대해 “지리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큰 소비시장 및 인근 걸프만 및 인도대륙과의 접근성이 우수”하고 “일반화물, 드라이 벌크, 브레이크 벌크, 오일 상품, LPG 등의 다양한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하르항의 컨테이너터미널은 오만국제컨테이너터미널이(Oman 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이 운영한다. 이 터미널의 총 길이는 520m, 최대 수심은 16m이며 2개 전용선석에 포스트-파나막스(Post-panamax)급 안벽크레인 4기를 보유 중이다.
소하르항의 장밋빛 미래
과거 무역항으로 번성했으나 침체됐던 소하르는 배후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조성되고 자유무역지역(FTZ)으로 개발되면서, 오만 최대 항만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만 정부는 1970년대부터 소하르 지역을 새로운 산업단지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소하르가 바다를 끼고 있는 데다 중동의 허브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80㎞ 밖에 떨어지지 않는 등 산업단지로써 입지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1987년 5월 오만 상공부 장관은 소하르, 사라라 등에 1990년까지 공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소하르공업단지 조성이 완료된 것은 1992년이다. 새로 개발된 항만 배후에 조성된 소하르공업단지는 오만에서 가장 장래가 밝은 공업단지로 평가받는다. 소하르공업단지는 무스카트의 루사일공업단지보다 약 7배나 면적이 넓은 덕분에 정유공장과 초대형 담수시설, 발전소, 비료공장, 석유화학 플랜트 등이 들어섰거나 지어지고 있다. 무스카트에 비해 두바이나 아부다비와 거리가 가까워 육상교통 환경이 좋고 외국인 투자도 많다. 특히 최근 들어 자유무역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소하르항의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하르 자유무역지역 설치는 2010년 하반기 왕령에 따라 법제화됐다. 소하르 자유무역지역이 개발되면 소하르항과 연계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세계적 철광석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사는 소하르에 대규모 철강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발레오만펠렛타이징사(Vale Oman Pelletizing Co.)란 오만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걸프 지역 최초의 철광석 펠렛타이징 플랜트 건설에 나선 것이다. 오만 정부는 자유무역지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일정기간 법인세 면제, 무관세, 최소자본 요건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PDAC 조사 결과 2007년 7000TEU에 불과했던 소하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8년 3만2000TEU, 2009년 10만TEU, 2010년 10만1000TEU, 2011년 10만8000TEU, 2012년 19만9000TEU로 연평균 89.1%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2년 처리한 드라이 벌크 물동량 2611만5000톤은 연평균 157.2%나 증가한 것이다. 액체 벌크와 로로(RO-RO) 화물도 각각 연평균 37.2%와 60.6%씩 늘어나는 등 모든 화물 물동량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무스카트무역관은 “(오만의) 주요 무역항이 무스카트항(PSQ)에서 소하르항으로 이동함에 따라 상승한 물류비용에 대해 소비자와 수입업자들의 우려가 있으나, 소하르항 측에서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물류비용이 오르지 않도록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글. 이주현 기자